요즘 유난히 느끼는 게 하나 있다.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귀찮게 굴던 모기들이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는 거다. 원래는 장마 끝나고 습기가 가득한 한여름 밤이면, 모기들이 창문 틈새로 슬며시 들어와 잠 못 이루게 만들곤 했는데, 올해는 어째 그 존재감이 꽤 미미하다.
이게 단순한 기분 탓일까, 아니면 뭔가 생태계에 변화가 생긴 걸까?
폭염이 모기를 잠재우다? 사실은 일시적인 착각
조사를 해보니 정말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기온이 너무 높아지면, 즉 32도를 넘는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 모기도 ‘더위 먹는다’는 거다. 우리처럼 그늘을 찾아 숨거나 활동을 줄이게 되고, 심하면 산란지조차 사라져 개체 수가 급감한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여름 한가운데인 7~8월에는 모기 개체수가 크게 줄었지만, 가을로 접어드는 9월부터는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이른바 '가을 모기' 현상이다. 여름에 모기 없다고 방심했다가, 선선한 날씨 되면 다시 찾아오는 불청객이라니, 예상치 못한 복병이다.
기후 변화가 만들어낸 ‘모기의 새로운 계절’
이상 기온과 지구 온난화는 단지 온도만 높아진 게 아니라, 생태계 전반을 바꿔놓고 있다. 과거에는 5~9월 정도로 한정됐던 모기 활동 기간이 3월부터 11월까지 길어지고 있고, 활동 시점도 더 앞당겨지고 있다.
심지어 대구에서는 3월에 빨간집모기가 채집됐고, 서울에서도 늦가을인 10월~11월에 전체의 40% 이상이 채집될 만큼 활동이 활발했다. 이제는 단순히 ‘여름에 조심하자’는 말로는 부족한 시대가 온 것이다.
한국은 더 이상 ‘모기 안전지대’가 아니다
기후 변화의 또 다른 무서운 점은, 새로운 종류의 모기가 북상하고 있다는 거다. 예전엔 제주나 남부지방에서만 보이던 일본뇌염 매개 모기(작은빨간집모기)가 서울에서도 발견됐고, 심지어 일본뇌염 바이러스까지 검출됐다고 하니 충격이다.
여기에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같은 해외 유입 감염병도 기후 변화와 글로벌 이동 증가로 인해 국내 유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 자체발생 사례는 없지만, 예방 체계 없이는 앞으로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
정부와 연구기관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다행히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과 질병관리청은 이런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서울시 20개 지역을 대상으로 유문등을 활용한 모기 감시 체계를 가동 중이며, 2025년부터는 자치구 전체로 확대해 더욱 세밀하게 모기 활동을 추적한다고 한다.
또 수도권기상청은 ‘모기 예측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날씨처럼 모기의 움직임도 데이터 기반으로 예측해 방역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과학 기반의 방역 접근이야말로 기후 위기에 맞서는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실천이 더 중요해진 시대
기관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우리가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모기 감염병은 생활 속에서 예방이 가능하다. 고인 물 제거, 방충망 체크, 야외 활동 시 긴 옷 착용, 모기 기피제 사용 같은 기본 수칙은 지금도 유효하다.
특히 폭염으로 모기들이 실외 대신 실내 음지나 정화조, 하수구에 숨어 활동한다는 점은 정말 주의해야 한다. 평소 잘 신경 쓰지 않았던 공간도 꼼꼼히 청소하고, 정화조는 정기적으로 방역하는 게 좋겠다.
기후 변화는 우리 삶 속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키운다
요즘처럼 모기가 사라진 것 같다고 느낄 때일수록 더 경계해야 한다.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곧 찾아올지도 모를 ‘가을 모기’의 습격, 새로운 감염병 리스크를 생각하며 지금부터라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기후 변화는 모기뿐 아니라 우리 일상 속 아주 많은 부분을 바꿔놓고 있다. 이런 생태계의 변화를 단지 환경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건강과 안전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그리고 작은 실천이 모기와 감염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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